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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에너지 메카 울산] 국가대표 `에너지 팩토리`…365일 힘이 넘치는 울산

서대현 기자
입력 : 
2017-05-24 04: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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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에너지에 친환경 접목해 효율적인 미래에너지 개발…투트랙 전략 울산서 본격 시동
울산과기원 2차전지 연구센터…전세계 대학 연구기관 중 最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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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문을 연 울산과기원 2차전지 산학연 연구센터. 기업체를 제외하면 대학과 공공기관 연구센터 중 세계 최대 규모로 국내 2차전지 연구 메카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 제공 = 울산과기원]
울산과학기술원(UNIST) 111동 2차전지 산학연 연구센터. 지난 3월 문을 연 이 연구센터는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5700㎡ 규모로 건물 전체가 2차전지 전용 연구시설이다. 2차전지 전용 연구시설로는 기업체를 제외하면 전 세계 대학이나 공공 연구기관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이 센터는 2차전지 연구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구성돼 국내 2차전지 연구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국내에 단 2대밖에 없는 50억원의 상당의 최첨단 투과전자현미경은 2차전지 연구를 위해서만 사용된다. 이 현미경은 재료를 200만배까지 확대해 원자 단위까지 분석할 수 있다. 장비의 희소성 때문에 수요가 많아 한 번 사용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지만 울산 지역 2차전지 연구자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2차전지를 조립하는 드라이 룸(dry room)도 국내 대학 연구소 중 가장 크다. 먼지조차 들어갈 수 없고, 사막보다 더 건조한 이곳에서 연구원들은 연구센터에서 만든 소재로 2차전지를 분해 조립한다. 단순 연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준양산시설을 갖춘 것도 장점이다. 연구부터 실제 제품 생산까지 한 공간에서 가능하다보니 기업체들의 관심이 높다. 2차전지 분야 세계 점유율 1위 기업 삼성SDI는 이미 이 연구센터에 연구소를 두고 있다.

조재필 센터장은 "11명의 2차전지 분야 연구교수와 100여 명의 연구원들이 상주하면서 빠르게 충전하고 오래 쓰는 안전한 2차전지의 원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획기적인 2차전지 관련 기술이 개발된다면 이 연구센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울산과기원이 차세대 에너지 연구 거점이라면 울산 울주군 온산읍 LS니꼬동제련 사택은 수소를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의 상용화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2013년 울산시는 이 사택을 수소타운으로 지정하고 250가구 중 140가구에 1㎾급 수소연료전지를 설치했다. 수소연료전지는 울산석유화학공단에서 발생한 수소를 수소배관을 통해 공급받아 에너지를 만든다. 수소연료전지가 설치된 가정의 전기요금은 월평균 2만3000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시는 수소타운 시범 사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둠에 따라 2018년 이 사업이 종료되면 수소타운을 울산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에서 발생하는 소음 문제가 해결되고, 수소는 폭발할 수 있다는 부정적 인식이 사라지면 수소타운의 성공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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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울산시 산하 기관인 울산테크노파크는 현재까지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소 에너지 공급을 위한 대용량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일반 가정은 물론 자동차나 조선 등 생산 현장에서도 수소를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목표다. 이영환 울산시 에너지산업과장은 "울산 에너지 산업은 기존 석유 에너지에 차세대·친환경 에너지가 더해진 투트랙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며 "이는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는 정부의 정책과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산업도시로 반세기 넘게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을 주도했던 울산이 차세대·친환경 에너지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 에너지 최대 생산지라는 탄탄한 에너지 산업을 기반으로 차세대·친환경 에너지 연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섰다.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은 1962년 국내 최초 정유사인 대한석유공사(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 전신)가 울산에 설립돼 1964년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이후 1976년에는 한이석유(에쓰오일의 전신)가 설립됐다. 양대 정유사는 일일 수십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하면서 국내에 석유 에너지를 공급했다. 1998년에는 울산 앞바다에서 천연가스가 발견돼 우리나라가 전 세계 95번째 산유국임을 알렸다. 에너지 분야가 울산 산업의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한국석유공사와 동서발전 등 공공기관도 속속 울산으로 이전해 울산은 명실상부한 국내 제1의 에너지 도시가 됐다.

하지만 화석 에너지의 환경오염 문제가 불거지고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이 도마에 오르면서 울산의 에너지 정책도 미래 에너지 산업 육성으로 전환됐다. 울산과기원 설립과 함께 차세대 전지로 급부상한 2차전지 연구에 집중 투자했고, 이 결과 연구 성과는 세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의 경우 울산은 국내 최대 부생수소 생산지라는 점을 활용해 수소 에너지 개발에 나서 현재 상용화 단계에 올랐다. 다른 지역의 수소 에너지 연구가 연구 수준에 그치고 있는 데 반해 울산은 실제 수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타운을 운영하고 있고, 세계에서 처음으로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수소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수소를 연료로 하는 수소택시도 전국 최초로 보급됐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울산은 한국석유공사와 동서발전 등 에너지 공기업의 이전, 울산과기원과 울산테크노파크, 삼성SDI 울산공장 등 에너지 연구기관과 생산시설 같은 기반이 탄탄해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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