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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T·친환경 시대엔 2차전지 활용한 에너지개발 필수"

서대현 기자
입력 : 
2017-05-24 04: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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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산학연 연구센터 조재필 교수
◆ 그린 에너지 메카 울산 ◆

사진설명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2차전지 산학연 연구센터장(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은 "미래 사회는 BoT(Battery of things) 사회가 될 것"이라며 "2차전지 없는 사회는 사람에게 심장이 없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2016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HCR·Highly Cited Researcher)' 명단에 오르는 등 2차전지 소재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HCR는 논문 인용을 바탕으로 각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높은 1% 연구자를 판단하는 자료다.

조 센터장은 "앞으로는 모든 기기가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연결되는데 어느 장소에서나 기기를 사용하려면 2차전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절감 등 친환경 사회를 위해서도 2차전지를 활용한 에너지 개발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2차전지 산학연 연구센터에서는 어떤 연구가 진행되나. ▶2차전지의 구성 요소 중 핵심은 음극, 양극, 분리막, 전해액 등 4대 소재다. 이 소재로 만든 전지는 다양한 환경에서 성능 평가를 한다. 평가 결과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분석 장비들로 분석을 진행한다. 하지만 리튬이온전지는 공기와 접촉하면 전해액이 산화돼 그 역할을 못하게 된다. 그래서 반드시 사막보다 건조한 드라이룸 안에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울산과기원 연구센터의 드라이룸은 습도 조절이 가능한 실험실로 국내에서는 유일하다. 연구센터는 학교 안에 분산돼 있던 시설과 인력을 한곳으로 모아 연구개발 시너지 효과가 최대화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또 준양산 개발 라인, 고도 분석 라인, 전지 조립 라인이 구축돼 생산부터 소재와 배터리 셀의 불량 분석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다. 벤처기업과 대기업 공동연구소를 설립해 공동 연구도 진행한다. 벤처기업의 경우 기술 이전을 받은 기업이 소재를 생산해 제품에 적용하기 전까지 필요한 기술을 뒷받침해 준다.

―울산과기원이 국내 2차전지 연구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비결이 무엇인가. ▶2009년 개교 초기부터 조무제 전 총장(현 한국연구재단 이사장)과 정무영 총장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개교 초기 2차전지를 연구하는 교수가 불과 세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총연구비 270억원에 달하는 대형 국책사업 2개를 수주했고, 이를 발판 삼아 2011년 2차전지 관련 대학원을 개설했다. 이때 2차전지 전공 교수를 대거 채용해 현재는 영년직 교수만 9명이다. 울산시도 울산과기원이 2차전지 분야 정부 과제 수주에 나서면 매칭비로 거금을 지원했다. 2차전지 회사에서 온 교수들이 5명인데 세계적으로 유일하다.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다 보니 LG화학, 삼성SDI, 현대자동차, SK 등에서 매년 받는 연구비만 10억원이다. 지난해 엘스비어출판사 논문 분석 프로그램인 사이발(SCIVAL)을 이용해 2차전지 분야 논문 지표를 분석한 결과 울산과기원은 스탠퍼드대, 로렌스버클리국가연구소 등과 더불어 세계 5위권에 들었다.

―울산에서 미래 에너지 산업의 성공 가능성은. ▶울산은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이 주력 산업의 근간이지만 아쉽게도 생산 라인만 있다. 모든 연구소는 수도권이나 대전에 있다. 예를 들면 현대중공업도 핵심 연구소는 서울 근교로 이전했다. 우수 인력을 선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삼성SDI도 마찬가지다. 울산공장에는 중대형 생산 라인만 있지 연구소나 개발팀이 없다. 이러한 고급 인력의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울산과기원을 중심으로 하는 연구개발특구 지정이 필수적이다. 정주 여건과 더불어 대기업 연구소를 유치해 차세대 에너지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지방이라는 말에도 문제가 있다. 왜 서울, 수도권, 지방인가? 서울, 그리고 도시 이름으로 통일해 '지방'이라는 차별적 단어를 없애야 한다. 대기업 연구소 유치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도 나서야 한다. 울산은 에너지 관련 기업과 공기업이 있어 입지 면에서 유리하다.

―2차전지 산학연 연구센터의 목표는 무엇인가. ▶우선 차세대 에너지 원천 소재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차세대 리튬 2차전지 시대'를 대비할 계획이다. 활발한 연구를 증명하는 논문 게재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산업화, 즉 상용화가 가능한 원천기술 이전과 산학 공동 개발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한 예로 미국을 보면 논문의 질적 수준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우수하지만 리튬이온전지를 양산해 판매하는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업체는 전무하다. 그 결과 산학 연구는 엄두도 못 낼 뿐만 아니라 기술 이전 자체도 없는 실정이다. 산업 발전이 없는 원천기술 연구는 무의미하다는 말이다. 이와 더불어 특화된 강소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할 계획이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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